[다시 간다]집안서 불멍 즐기다 ‘펑’…안전기준 없는 화로

2024-01-02 3



[앵커]
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른바 '불멍'이 인기를 끌면서 실내용 에탄올 화로가 유행인데요, 

안전 기준이 없어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. 

얼마나 위험한지, <다시간다> 이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 

[기자]
노란색 소파가 녹아내렸고, 벽지는 검게 그을렸습니다.

지난해 2월 경기 부천의 아파트에서 불이 나 8명이 다쳤고 77명이 대피했습니다.

원인은 에탄올 화로였습니다.

[경기 부천소방서 관계자]
"에탄올 화로대에 에탄올을 주입하다가 에탄올을 흘리셨는데 그거를 간과하시고 이렇게 가까이 대고 라이터를 켜다가 흘린 부분에도 닿은 거예요. 그렇게 해서 화재가 난 거예요."

부천의 또 다른 아파트.

이른바 불멍을 위해 켜둔 에탄올 화로가 넘어져 30대 여성이 화상을 입었고 수십 명이 대피했습니다.

[피해 입주민]
"되게 무서웠어요. 3층까지 내려오다가 연기가 너무 뜨거워서 앞도 안 보이고 그게 좀 트라우마가 생겼어요."

에탄올 화로, 무엇이 문제인지 전문가와 실험해봤습니다.

에탄올 화로에 불을 피워보겠습니다.

육안으로 잘 보이진 않지만 불이 타고 있는데요.

환한 대낮에 실내에서 불을 피울 경우 더욱 안 보일 수 있는 겁니다.

자칫 불이 꺼진 걸로 착각할 수 있고 이때 충전하겠다고 에탄올을 부을 경우 순식간에 불꽃이 커져 주변에 옮겨붙기 쉽습니다.

[공하성 /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]
"에탄올 자체가 색깔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기 때문에 주위에 흘렀는지 잘 모를 수 있고, 잘못 주입됐을 경우 화로 주위에도 쉽게 불이 붙어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."

이런 위험성을 고려해 다른 나라들은 제품 안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준 자체가 없습니다.

호주의 경우 화로가 넘어져 불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 무게 8㎏, 바닥면적 900㎠ 이상의 제품만 판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.

국내 판매 제품 3개를 호주 기준으로 비교해 봤더니 무게와 바닥 면적 모두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 그만큼 잘 쓰러집니다.

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22년 에탄올 화로 안전 기준 마련을 국가기술표준원에 요청했지만, 아직 진척이 없습니다.

[한국소비자원 관계자]
"우리나라는 굉장히 작고 가볍고 전도되기 쉬운 인테리어용이기 때문에. 어떤 이유에서든 전도되지는 않도록 하는 게 저희 요청 사항이었습니다."

무엇보다 화로를 쓸 때는 소화도구를 가까이 갖춰놓을 필요가 있습니다.

다시간다 이솔입니다.

PD : 홍주형
AD : 김승규
작가 : 김예솔


이솔 기자 2sol@ichannela.com